INNO's Talking/Gossip
로플린 KAIST 총장 임기 연장 않기로...
innosian
2006. 3. 29. 14:17
이사회, 격론 끝에 결정
'과학계의 히딩크'로 기대를 모은 로버트 로플린(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거센 퇴진압력에 밀려 중도 하차하게 됐다.
KAIST는 28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이사회(이사장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를 열어 격론 끝에 미국 출신 로플린 총장의 임기 연장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KAIST 학내 교수와 총동창회가 로플린 총장 재계약 반대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총장 임기 연장 건은 좌절됐다. KAIST와 로플린 총장은 2년 임기 계약을 한 뒤 양측이 동의하면 2년 임기를 자동 연장하기로 했었다. 이사회의 제동으로 그는 첫 임기가 끝나는 7월 13일까지만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임관 이사장은 이사회 직후 "로플린 총장이 KAIST의 장기 발전 초석을 다진 공로가 있지만 교수들과 불협화음이 많아 계약 연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후임 총장도 해외 인사 영입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KAIST 교수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박현욱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KAIST 발전을 위해 큰 비전과 조직 통솔력을 지닌 인사가 새 총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KAIST는 로플린 총장에게 예우 차원에서 특임석좌교수 자리를 제의하기로 했다.
[뉴스 분석] 노벨상 수상자 검증 없이 파격 영입
교수들과 잦은 마찰 … 실패한 실험
로플린 KAIST 총장 파문은 우리 정부 정책과 대학의 후진성을 드러냈다. 그의 영입은 오명 전 과학기술 부총리의 큰 업적 중 하나였다. 로플린 총장 선임은 형식상 KAIST 이사회를 거치게 돼 있었지만 실질적으론 과기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말이 당시 나돌았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라는 후광이 그의 능력을 철저하게 사전 검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KAIST 교수협의회는 'KAIST 노벨상 총장의 실상'이라는 자료를 통해 "학과장 경험조차 없는 사람을 검증 없이 대외홍보용으로 유치했다"고 지적했다. 유명세만 보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초치했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총장 중 유례 없이 많은 연봉인 30만~40만 달러(약 3억~4억원)를 주면서 연간 아홉 달만 근무해도 된다는 계약을 했다.
로플린 역시 스스로 총장 자리에 응모한 게 아니어서 별 준비를 할 말미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총장 부임 후 KAIST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데다 한국 실정과 정서에 어두워 해프닝을 연발했다는 평을 들었다. 정부가 청소년 이공계 기피 현상을 완화하고 과학기술교육 진흥을 위해 그를 영입했지만 그의 행보는 빗나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직선적인 성격으로 교수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외국에 나가선 한국과 KAIST의 험담을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교수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로플린은 KAIST를 법.의학 전문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과정위주의 학부중심 대학으로 만들고 등록금을 많이 받는 사립대학화 하겠다는 구상을 밀어 붙여 반발을 샀다.
로플린의 낙마는 이처럼 본인이 많은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KAIST 교수협의회와 교수들이 벌인 총장 계약 연장 반대운동 역시 대외적으로 한국의 대학이 변화를 기피하고 폐쇄적이라는 인상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 로플린의 업적 평가를 토대로 재계약하는 정상적인 절차가 가동되고 있는데도 재계약 불가 서명운동과 여론 몰이에 나섰다. KAIST의 한 교수는 "설사 재계약된다고 해도 총장으로서의 권위가 크게 훼손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과학기술계 히딩크' 구상은 이래저래 득보다 실이 많은 쪽으로 결론이 났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심재우 기자
'과학계의 히딩크'로 기대를 모은 로버트 로플린(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거센 퇴진압력에 밀려 중도 하차하게 됐다.
KAIST는 28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이사회(이사장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를 열어 격론 끝에 미국 출신 로플린 총장의 임기 연장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KAIST 학내 교수와 총동창회가 로플린 총장 재계약 반대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총장 임기 연장 건은 좌절됐다. KAIST와 로플린 총장은 2년 임기 계약을 한 뒤 양측이 동의하면 2년 임기를 자동 연장하기로 했었다. 이사회의 제동으로 그는 첫 임기가 끝나는 7월 13일까지만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임관 이사장은 이사회 직후 "로플린 총장이 KAIST의 장기 발전 초석을 다진 공로가 있지만 교수들과 불협화음이 많아 계약 연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후임 총장도 해외 인사 영입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KAIST 교수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박현욱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KAIST 발전을 위해 큰 비전과 조직 통솔력을 지닌 인사가 새 총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KAIST는 로플린 총장에게 예우 차원에서 특임석좌교수 자리를 제의하기로 했다.
[뉴스 분석] 노벨상 수상자 검증 없이 파격 영입
교수들과 잦은 마찰 … 실패한 실험
로플린 KAIST 총장 파문은 우리 정부 정책과 대학의 후진성을 드러냈다. 그의 영입은 오명 전 과학기술 부총리의 큰 업적 중 하나였다. 로플린 총장 선임은 형식상 KAIST 이사회를 거치게 돼 있었지만 실질적으론 과기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말이 당시 나돌았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라는 후광이 그의 능력을 철저하게 사전 검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KAIST 교수협의회는 'KAIST 노벨상 총장의 실상'이라는 자료를 통해 "학과장 경험조차 없는 사람을 검증 없이 대외홍보용으로 유치했다"고 지적했다. 유명세만 보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초치했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총장 중 유례 없이 많은 연봉인 30만~40만 달러(약 3억~4억원)를 주면서 연간 아홉 달만 근무해도 된다는 계약을 했다.
로플린 역시 스스로 총장 자리에 응모한 게 아니어서 별 준비를 할 말미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총장 부임 후 KAIST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데다 한국 실정과 정서에 어두워 해프닝을 연발했다는 평을 들었다. 정부가 청소년 이공계 기피 현상을 완화하고 과학기술교육 진흥을 위해 그를 영입했지만 그의 행보는 빗나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직선적인 성격으로 교수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외국에 나가선 한국과 KAIST의 험담을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교수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로플린은 KAIST를 법.의학 전문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과정위주의 학부중심 대학으로 만들고 등록금을 많이 받는 사립대학화 하겠다는 구상을 밀어 붙여 반발을 샀다.
로플린의 낙마는 이처럼 본인이 많은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KAIST 교수협의회와 교수들이 벌인 총장 계약 연장 반대운동 역시 대외적으로 한국의 대학이 변화를 기피하고 폐쇄적이라는 인상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 로플린의 업적 평가를 토대로 재계약하는 정상적인 절차가 가동되고 있는데도 재계약 불가 서명운동과 여론 몰이에 나섰다. KAIST의 한 교수는 "설사 재계약된다고 해도 총장으로서의 권위가 크게 훼손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과학기술계 히딩크' 구상은 이래저래 득보다 실이 많은 쪽으로 결론이 났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