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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장어는 봄부터 초여름까지가 가장 맛있는 때다. 앞뒤로 양념장을 발라가며 먹음직스럽게 구워 내놓으면 입맛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이 뚝딱, 기운이 불끈 솟는다. 요즘은 흔한 장어구이 외에 탕, 전골 등 다양한 조리로 장어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입맛 살리고 기 불어넣어주는 서울 시내 소문난 장어요리집 세 곳을 추천한다.

서울 시내의 수많은 장어구이 가게 중 유별난 맛으로 28년째 손님이 늘 끊이지 않는 ‘일미장어’. 1981년 서울역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이래 이 근방에서는 누구나 최고의 맛이라고 인정하는 곳이다. 메뉴는 참숯 불에 구워내는 장어소금구이 하나뿐이다. 주문과 동시에 오전에 손질해 놓은 장어를 참숯에 올려 들기름 소금장을 바르며 초벌한다. 이어 초벌구이한 장어는 손님상으로 옮겨지는데, 다시 한번 참숯에 구워 먹으면 된다.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 장어는 다 먹지말고 조금 남겨두는게 좋다. 식사 마지막에 큰 양푼에 밥과 장어 소스를 얹어내오는데 무채와 양념부추를 넣어 비벼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빙어, 민물새우, 무 등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찌개도 가히 최고다. 장어정식 1만 7000원. 02-777-4380.  


부천의 ‘남강수산’에서는 장어와 파김치가 만났다. 프라이팬에 장어가 반 정도 잠길 만큼 파김치 국물을 붓고 그 위에 여섯달을 익힌 시큼한 파김치를 듬뿍 얹는다. 이것이 한소큼 끓고 나면 함께 내온 김 위에 초무쌈, 깻잎장아찌 순서대로 올리고 장어 한 점과 파김치 한 조각을 올려 먹으면 된다. 장어의 비린 맛과 파김치의 신 맛에 대한 기우는 필요없다. 새콤한 무쌈과 짭조름한 깻잎장아찌, 얼큰한 파김치와 부드러운 장어가 어우러져 씹을 때마다 다채로운 맛을 낸다. 장어는 고창산만을 쓴다. 장어파김치전골(2인) 3만원. 032-614-9299.


장어구이전문점이지만 장어구이보다 장어탕이 더 유명한 ‘옛집’. 용산구민회관 맞은편에서 30여년째 장어만 만져왔다. 이 곳의 장어탕은 장어를 다듬고 남은 장어뼈와 머리를 7시간 우려내 육수로 만든다. 여기에 된장으로 간을 맞추고 부추, 고사리, 배추 우거지, 들깨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내는 것이 맛의 포인트. 짜투리로 만들었다지만 맛 만큼은 웬만한 해장국 전문점 못지않다. 맛과 모양새는 추어탕과 비슷하다.15년전 4000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5000원을 받는 저렴한 가격도 만족스럽다. 장어탕 5000원. 장어구이 1만 5000원. 02-793-5955.

글·사진 백혜선 기자 [s10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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